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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오늘의 詩] 고려인의 피어린 삶을 노래한 박연수 시인의 '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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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사'
- 박연수 -
참 곱소 고려 글이 아이고 참 곱소
치약을 묻힌 붓*으로 빨간 천에 그의 이름을 쓴다.
신 일리야 한글로, 고려 글로 또박또박
붓에 치약을 다시 묻히는데
까레이스키들, 박수 소리 참말로 곱소!
카레이스키 네 가족만 사는 동네에 상사*가 났다
알루미늄 공장*에 다니는 아제와
간질인 노총각 아들이 먼 동네에서 오고야
쌀을 입안에 넣고 염을 하기 시작했다.
허름한 병실 간암환자, 신 일리야 상사 났소
누더기 군용 담요 둘둘 말아
병실 밖으로 버려지는 애꾸는 아제
유족들 사정에도 아랑곳없이
숨 거둔 것 확인 못 하고
박 마야, 박 스비에타, 신 따냐 물통 베게 걸레 둘둘 말아
평평한 침대를 만들어 차에 싣는다
비는 황톳길에 퍼붓고
비포장도로의 저승길을 밤새 달려서
전기도 없는 마을에 죽음이 도착했다
마을은 천둥 뭉갠 울음이 폭탄으로 터졌다
태어나서 처음 고운 한글로 쓰인 일리야 이름
고운 고려 글로 아제를 덮었다
이제는 산처럼 강처럼 그렇게 조국에 붙어서 살라고
우리는 아제를 모슬램 땅 한 귀퉁이에 묻었다
* 고려인들이 실제로 페인트 대신 치약을 묻혀서 천에 글을 쓴다
* 고려인들은 죽음을 '상사'라고 표현함
* 타지키스탄에 있는 구소련 시대의 알루미늄 공장
작가 : 박연수 시인
박연수 시인은 전남 광양출신으로 1994년 MBC 창작동화와 2019년 '미래시학'으로 등단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선교학을 전공했으며, 타직사범대와 타직연합신학교 및 호남순복음신학교, 그리고 유수프신학교 등에 출강했다. 타지키스탄 선교사도 지냈다. 최근까지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일을 하는 이슬람 전문가로 활동 중 잠시 고향에 돌아와 첫 시집 '더 이상 부르지 않은 이름'을 지난 6월 '문학들 시인선' 7번째 권으로 펴냈다. 또한 몇 년 전 안식년을 맞아 귀국, 잠시 쉬던 중 고려인들의 마을공동체인 ‘광주고려인마을’ 에 머물며 국내 정착한 고려인의 삶을 지켜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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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시인의 시집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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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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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년 09월 29일 07시 0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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